주거용 법인 부동산의 취득세·양도세 혜택 거둬야
업무용 법인 부동산 선의의 피해 우려 목소리도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정부가 법인이 부동산 투기와 탈세 목적으로 주택 편법거래를 못하도록 법인의 거래정보 수집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제도가 강한 효과를 얻으려면 법인의 부동산 매매와 관련한 세제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주거용 부동산 법인에 한해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거나, 취득세·양도세 감면 등 법인에게 주어졌던 세제 혜택 축소 등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시장에 규제 피로감만 더 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일 법인 부동산 거래 투명화와 실거래 조사 실효성 확보를 위해 앞으로는 법인도 별도 신고서식을 제출하고, 거래지역과 거래가액과 무관하게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한다고 밝혔다.

법인 부동산은 본래 법인회사에서 사업용 부동산을 관리하는 용도였지만, 개인들이 주거용 부동산 법인을 설립해 투기·탈세를 위한 목적으로 악용해 왔다. 이는 실수요자의 내집마련 기회를 빼앗고 일부 지역의 집값 급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법인이 갖고 있는 세제 혜택을 확실히 줄여야 실효성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법인의 부동산 매수는 취득세 감면, 양도세 면제 등 세금 감면 혜택들이 많다”며 “법인도 개인과 같은 수준으로 세제혜택을 축소해야 법인거래를 악용한 투기 거래가 근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용도별로 기숙사 등 사업용 법인 부동산은 세제 혜택을 그대로 주고, 주거용 부동산 법인만 세제 혜택을 없앤다던지 하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개인의 부동산 매매‧임대행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부동산 매매업 및 임대업 법인 설립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전체 아파트 매매거래 중 법인 매수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부 집계 결과, 아파트를 법인으로 매수하는 비중은 전국 2016년 0.9%→2019년 3.0%, 수도권 2016년 0.6%→2019년 2.2% 등으로 증가했다.

특히 과열 양상을 띄고 있는 수도권 비규제 지역의 경우 법인 아파트 매수 비중은 더 가파르다. 인천지역의 경우 법인 매수 비중은 지난해 1.7%였으나 올해 1~2월은 5.1%, 3월은 11.3%까지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오산(2.0%→10.5%→13.2%)과 평택(1.9%→5.6%→10.9%)지역의 법인 비중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국토교통부다만 법인 거래 규제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 문제가 돼 왔던 법인 편법거래는 상당히 근절될 것”이라고 밝힌 뒤 “선의의 피해가 나올 수는 있다. 기숙사나 직원주택을 구입하는 사업용 법인의 경우에도 모두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제출해 복잡해진 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나날이 늘어가는 정부규제는 근본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근본적 처방 없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출구 없이 극단적으로 규제가 늘어나면서 자꾸 ‘꼼수’ 쓰는 거래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수 있는 환경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필요한 규제들을 세밀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일리안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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